서울특별시, "정부 부동산 정책 이대로 괜찮나"… 세제·전월세·공급 시민 목소리로 해법 찾는다

박노신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6 21: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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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시민·전문가·공인중개사·정비사업·민간임대 관계자 등 100여 명 참석, 공개 토론
▲  서울특별시청

[뉴스힘=박노신 기자] “전세가 없어 결국 월세를 택했습니다”, “세금 때문에 평생 살던 집을 떠나야 할까 걱정입니다”, “주택을 공급하라면서 세제와 금융으로 공급자를 옥죄고 있습니다.”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는 정부 세제개편이 주택 보유자의 부담에 그치지 않고 전월세 매물 감소와 주거비 상승, 민간 주택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무주택 청년, 장기보유자와 공인중개사, 정비사업·민간임대 관계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이 현장에서 미칠 영향을 전했다.

이날 대토론회는 김병민 서울시 G3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정재훈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노희천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함께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최왕규 참세무법인 세무사,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크리에이터 ‘아영이네 행복주택’ 윤인한 등이 참석해 각 분야의 현장 경험과 전문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가 주도하는 발제·토론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과 현장 관계자의 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정책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실제 주택 거래와 임대차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먼저 이야기하고 전문가들이 제도적 배경과 개선 방향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0분간 토론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발언을 자제한 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주요 내용을 직접 메모했다. 오 시장은 모두발언에서 “서울시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 시민과 전문가의 목소리가 최대한 많이 전달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경청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기보유자·고령층·임대사업자…“세제 변화가 삶의 선택까지 흔들어”'
토론은 정부 세제개편, 전월세시장, 주택공급 등 3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세제 분야에서는 장기보유 주택 소유자와 고령층, 비거주 1주택자, 등록임대사업자 등이 세 부담 증가와 정책의 예측 가능성 저하에 대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김준용 서울정비산업연합회 회장은 “오랫동안 보유한 집에서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이나 가족 돌봄·직장 문제로 직접 거주하지 못하는 시민까지 투기 수요로 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살던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은 정부 정책을 신뢰해 장기간 임대 의무와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을 지켜왔음에도 세제 혜택이 축소되면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세제개편 과정에서 형평성뿐 아니라 조세 중립성과 국민 수용성, 기존 제도를 신뢰한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세 부담이 주택 소유자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과 임대물량 감소를 거쳐 세입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 매물 한두 곳뿐”…청년·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주거 불안'
두 번째 전월세시장 분야에서는 세제개편과 실거주 요건 강화가 임대 매물 감소로 이어지고, 그 부담이 결국 청년과 서민 등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잠실에서 21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한 공인중개사 박준 씨는 “과거 단지별로 50~80개씩 나오던 전월세 매물이 최근에는 10개 이하로 줄었다”며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면 임차인이 서울 외곽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들도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다가구·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주거 약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지난 6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김민정 씨는 “부동산을 방문할 때마다 매물이 없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볼 수 있는 집도 한두 곳에 불과했다”며 “전세대출 요건과 매물 부족으로 결국 월세를 선택해 매달 월세와 관리비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개편으로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게 되면 어렵게 구한 집에서도 나가야 하는 것인지 불안하다”며 “청년들이 집 걱정 없이 서울에서 경력을 쌓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처럼 임차가구 비중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제 변화가 전월세시장으로 연쇄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민간 임대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청년과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공공·민간 임대주택을 함께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비사업·비아파트·민간임대…“공급 주체가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세 번째 주택공급 분야에서는 세금과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고, 재개발·재건축과 비아파트, 민간임대 등 가용한 공급수단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데 논의가 집중됐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비아파트 공급 주체들이 신규 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워졌으며, 공급을 위축시킨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같은 규제를 반복해서는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택신축판매업자인 이도훈 씨는 대출 규제와 취득·양도 단계의 세 부담으로 비아파트 공급 사업자가 신규 사업에 다시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며 “공급을 위축시킨 원인을 바로잡지 않은 채 같은 규제를 반복해서는 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강태 맹그로브 대표 등 민간임대 관계자들은 공공임대만으로 서울의 다양한 임대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형·장기 민간임대가 주거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법률·세제·금융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 아파트와 비아파트, 정비사업과 유휴부지 등 가용한 공급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호 지역의 주택공급을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온라인 참여자들도 “고가 아파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서민과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다세대주택의 공급이나 전셋값 안정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거나 “살다 보니 집값이 오른 장기 거주자와 세입자가 모두 살던 곳에서 밀려나는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남겼다.

서울시는 이날 제기된 의견을 세제·전월세시장·주택공급 분야별로 정리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특히 장기보유자와 고령층의 세 부담 보완, 민간임대·비아파트 공급을 위한 세제·금융 여건 개선, 재개발·재건축 규제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비사업과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세제·금융·제도적 요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해 나갈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세제 변화의 영향이 주택 보유자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월세 세입자와 청년, 고령층, 임대주택 공급자에게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민들의 절박한 우려였다”며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빠짐없이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고, 시민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제도에는 분명하게 보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근본 해법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협력할 부분은 적극 협력하되, 정비사업과 민간임대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는 개선해 서울의 실질적인 주택공급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세금 때문에 살던 곳에서 밀려나고, 청년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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